칠곡할매서체 이야기
-할머니들의 폰트 제작 도전기와 삶의 이야기-
폰트가 뭔지 알아요?폰트?
폰트가?폰트가 뭔지 몰라
뭐 뭐 맨드는깁니까?저 비누 이런거 만드는기라예?
글자의 모양이라는 뜻으로 종류와 크기가 동일한 활자 한 벌
‘폰트font’란?
유년시절 한글 공부는?
칠곡할매 권안자: (아래 자막은 할머니가 직접 제작하신 폰트로 작성 되었습니다)
옛날에 내가 학교 댕깄으만 좀 낫지
근데 옛날에는 뭐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그러이 배움의 길은 전혀 없는 기지 뭐
칠곡할매 김영분:
동생들이 넷이나 되이께 동생들을 공부 시키야 된다미 엄마 아부지가
너는 아직 안 해도 되니가 동생들을 시켜야 한다고
칠곡할매 이원순:
이 집에서 이제 아들 공부시키고 또 들에 밭 매러 댕기고 그런거 하니라 공부가 뭐라
한글 공부할 때 어땠어요?
칠곡할매 추유을: (아래 자막은 할머니가 직접 제작하신 폰트로 작성 되었습니다)
재밌어요. 공부 시작하기 전에 노래도 많이 하고, 글씨를 잘쓴다 카데
그래 내가, 선생님요~ 나는 제일 못 쓰는 사람한테 해당되는 게 맞지 싶은데
칠곡할매 권안자:
좋지요~선생님이 내가 제일 낫다 이카믄스
칠곡할매 이종희:
선생님이 즐겁게 하고 우리 머리에 삭삭 드갈적에 제일 재미있었죠
아이고, 뭐 잘하도 못하고 제일 꼰뜨바리에 드갑니더
꼰드바리에 드가도 마음은 행복합니다.
칠곡할매 김영분: (아래 자막은 할머니가 직접 제작하신 폰트로 작성 되었습니다)
낮으로는 안하는데 저녁으로 잠이 안오고 하믄 내 혼자 11시까지도 할 때 있고
12시 까지도 할 때 있고 책 자꾸 들다보고 이라이 두 자 배울거 한 자 더 늘고
가장 어려웠던 점은?
칠곡할매 추유을:
근데요, 한글은 보고 쓰라니까 그대로 쓰겠는데, 영어로 몇 자 썼는데 그게 잘 안되드만요
칠곡할매 이종희: (아래 자막은 할머니가 직접 제작하신 폰트로 작성 되었습니다)
아이고, 영어는 못해요. 꼬불꼬불하게 하는 거 그거 그렇게 하기 힘들어요
칠곡할매 이원순:
영어는 죽어도 못 쓰겠어. 영어는 그냥 작대기 이래 이래 그으면 선생님은 되는데
이래 이래 쓰라케. 이래 이래 써가지고 이래 올라가.
복판에 이래 그으라 카는데 그거 안돼. 그게 안되더라
칠곡할매 김영분:
영어하니 재미는 있는데 이래 돌아가미 쓸라카이 못 쓰겠드라카이.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
한글 배우니까 어때요?
칠곡할매 추유을:
배추는 굵은소금으로 절여요
농협 같은데 가면 돈 찾을 때, 자기 이름 쓰라 카잖아요
옛날에는 쓸라카믄 팔이 떨리싸서 못 쓰고 그랬는데, 요즘은 이제 그런건 없어요,
떨고 그런건 없어요
칠곡할매 권안자:
제일 많이 달라진거는 뭐 영 모르고 살다가 알게 되니 좀 낫지~
칠곡할매 이종희: (아래 자막은 할머니가 직접 제작하신 폰트로 작성 되었습니다)
우체부가 오면 뭐 쓰라 카믄 내가 쓰고 이래 합니다.
가족들의 반응은?
칠곡할매 추유을:
요번에 우리 딸카 연락 했자나. 카데요. 우리엄마 대단하다 카믄스. 손녀도요 카지요
할머니 대단해요. 어떻게 그렇게 했어요~ 카믄서
칠곡할매 김영분:
깜짝 놀라요. 아이고 엄마도 이렇게 공부해가 편지 쓰는게 있구나 그러면서.
우리 큰 딸은 울었어요
칠곡할매 이원순: (아래 자막은 할머니가 직접 제작하신 폰트로 작성 되었습니다)
참 참하게 잘 쓴다캐요. 글씨를 우예 이렇게 할매가.
우리 어무이가 글씨를 진짜 착하게 그래 쓰는지 모르겠네요
그래 아들도 울고 나도 울고 막 울었어요. 글씨를 참 참하게 씁니다. 어무이요
칠곡군의 평생교육은 한글교육 뿐 아니라
우리군 평생교육 시스템을 통해
초등졸업이후 교육검정고시와 학점은행제를 거쳐
석사학위를 취득한 할머니를 배출하는 등
우수한 체계를 구축해 명성을 쌓아가고 있습니다.
이번 칠곡할매서체 폰트작업에 참여하신 할머니들께서는
10년이상 성인문해교육을 받으신 분들로
한 자 한 자 삶의 혼을 담아내어 작업에 참여하셨습니다.
기역 니은에서 시작해 오늘의 필체까지 이루신
칠곡 할머니들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내주시길 바라며
적극 활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.